

재작년 엔 환율 900원대는 오랜만에 본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는 800원대를 찍고 다시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다. 환율은 예측보다는 대응의 영역이라 긴 시계열로 보고 극단적으로 움직일때만 반대로 베팅하면 수익을 얻을 확률이 높다.
엔저와 피벗
일단 엔저 현상은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닌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많은 원전 가동을 중단하면서 해외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크게 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엔화 약세가 시작되었다.
정책적으로 살펴보면 2012년 '아베노믹스'의 영향도 컸다. 일본의 전 총리 아베 신조가 수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시장에 엔화를 풀어 약세를 만들었고, 이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은 최근까지도 이어져 왔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과 그 외 나라들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한 반면, 일본은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 갭이 커졌고, 글로벌 자본이 엔화 자산을 매도하고 달러 자산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었다. 엔화가 원화 대비 보다도 달러 대비 더욱 약세를 보인 이유다.

하지만 지금부터 1, 2년 뒤를 생각해본다면, 미국은 금리 인하, 일본은 금리 인상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 미국은 금리 인하 시기를 계속 저울질 하는 반면, 일본은 지난 3월, 17년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마이너스 금리를 벗어났다. 물론 일본의 취약해진 경제 구조를 생각하면 금리 인상은 아주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어쨌든 방향성 자체는 정해졌다.
엔화 투자 방법
1. 외화 예금
은행 또는 증권사를 통해 외화 예금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한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일본은 기준금리가 0%이기 때문에 국내 은행에서도 엔화에 대한 예금 금리를 지급하지 않는다.(현재 6개월 정기예금 달러 4~5%대, 원화 3%대) 다시 말해, 엔화에 투자한다는 것은 예금 이자는 포기하고 오직 환차익만 노리겠다는 뜻이다.

예금 이자를 포기해야 한다면 환전수수료가 없고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토스뱅크가 유리해 보인다. 다만 토스뱅크 외화통장의 큰 단점은 타 은행 송금과 외화 입금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내가 원화로 입금해 환전한 돈만 보관이 가능한 통장이다.
최근 변경된 토스뱅크 외화통장의 입금한도는 월 1억원, 일 1천만원인데, 토스뱅크 사정에 따라 다시 변경될 수 있으니 가입 전, 사용 중에도 체크하는 것이 좋겠다.
2. 엔화 ETF
국내 유일하게 엔화에 투자할 수 있는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엔선물'이다. 관련 ETN도 있지만 신용위험과 거래량면에서 제외하겠다.


별도의 환전수수료는 없고 펀드 가격에 녹아있는 총보수는 0.25%다. 매매차익과 분배금에 대한 세금이 15.4% 부과도니다. 이는 연금저축과 ISA 계좌를 활용한다면 세금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현재 TIGER 일본엔선물 수익률은 2018년 설정 이후 약 15%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다. 엔화가 많이 낮아진만큼 이를 기회로 활용해 투자를 고려해보면 좋겠다.
3. 엔화 +미국 장기채 ETF
이 방법은 좀 더 높은 리스크와 기대수익률을 가져가기 때문에 변동성도 높다. 바로 엔화 가치 상승과 미국 금리 하락, 두가지 동시에 베팅하는 것이다.
국내에 상장한 ETF중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면서 엔화에 노출시키는 상품은 대표적으로 'KBSTAR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과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가 있다. 두 ETF의 총보수는 각각 0.171%, 0.1284%이며 세금에 관한 부분은 위 2. 엔화 ETF와 같다.


이 외에도 일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도 있지만, 평소에 추적해오던 기업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투자가 어려울 수 있다. 일본은 오랫동안 유지했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깬만큼 정책에 큰 변곡점이 온 것일 수 있다. 투자의 기회는 늘 변화하는 곳에 있으므로 이를 면밀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